대회 참가기

서울울트라마라톤2002-11-3

임탁규 2007. 3. 3. 15:06

대회가 끝났다. 대회때 흘린 땀의 체취가 사라지기전에 느낌을
정리해야지, 시간이없어 하루 이틀 미루다보면 대회당시의 감정을
옮기는데 힘이든다. 충주와 강화대회가 그랬듯이..


그리고 일지에 적는것이 편하다. 그냥 내생각 그대로 치장없이
옮길수 있으니 좋고, 글을 잘써서 거창하게 참가기를 쓸것도 아니고
하니,그냥 대회의 느낌과 다음을 위해서 생각나는대로 정리해보자.


* 서울행 버스를 타며
오전 근무를 서둘러 끝내고 길이막혀 늦을세라 고속버스에 올라탄다.
맨 앞자리에 앉고보니 옆자리엔 할머니가 앉아계시는데,연신 사탕을
잡수신다. 서울가는 내내..


이제는 나이를 먹기는 했는가보다 과거에 버스를 타면 옆자리에 누가
탈까? 예쁜아가씨나 아님, 아짐씨나 앉을까 궁금혀 하기도 한것 같은데,
마라톤을 하면서 이렇게 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니 참으로 좋기만하다.


원래가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지만,그동안은 승용차를 주로 이용하다
보니 버스를 탈 기회가 없었는데,이렇게 다니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는
듯싶다.  혼자 다니면 누구 신경 쓸일없어 좋고 여행 동무가 있으면
있는대로 심심하지않아 좋고,어째든 안졸려고(밤에 잠못잘까봐)
부단히 노력하나 내려않는 수만근 무게의 눈꺼풀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두어차례 졸다보니 서울이다.


** 전야제
양재역에서 버스에 타니 신사한분이 내 폼새를 보고 아는체를한다.
서브쓰리 주자이자,이번대회 역시 08시간 45분으로 전체8위및 44세
이후 일등하신 대단한 지구력을 보유하신 윤덕하님을 만난 것이다.
이후 전야제 참석 내내 좋은 고견을 듣게되고,원래의 11시간 전략에서
10시간으로 목표로 수정한것도 윤덕하님을 만나고 나서다.


전야제 행사를 지켜보니 우리나라 최고의 아마추어 마라톤클럽인
서울 마라톤클럽의 위상과 실체를 어느정도 느낄수 있었고 그 감정은
대회가 끝난후인 지금에서는 이러한 명문클럽이 앞으로도 계속 발전을
하여 수십년 수백년의 전통을 이어나갈수있도록 전국의 클럽이나 달리
는 사람들이 협조하고 도와야겠다는 생각이다.


식사를 하고 미리 알아본 찜질방으로 향한다.   
잠잘곳이 마땅치않아 찜질방을 가기로 생각은 했으나 과연 잠신경이
예민한 내가 얼마나 눈을 붙일수있을까 의문을 품으며 들어서니 여기
서도 한분을 만난다. 전주 도청에 근무하며 전주마라톤 소속이신 김학일
님이시다. 과거에 배가나와 거시기가 안보일 정도라했는데,이번에는
63k부분에 참가하여 전체 5위를 하신 대단한 분이시다.


풀코스는 두번밖에 안달렸다는데,달리기실력은 보통이 아니다.
기록도 풀코스가3시간 08분이라는데,과거에 테니스와 등산으로 기초
체력을 다진것이 비결이라 하신다.


이후 아침 대회장까지 동행하며 김학일님과는 짧지만 많은 대화를
나누고 비교적 일은?시간에 수면실로 들어가 누우나 하느님은 나에게
수면의 은총을 내리지 않는다. 


***출발~30k
다소 쌀쌀한 날씨이나 비가오지않는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하며
600 여명의 주자들속에 섞여 출발을 한다.
캄캄한 그믐이지만 잘  정돈된 양재천변의 가로등과 드문 드문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주변의 아파트와 빌딩의 불빛에 의존하여 달리니
한강이 보인다.

 

어두운 여명속에 달리면서 맞는 한강은 그 옛날 탐석을
다니느라 미사리 부터 여주,이천 충주는 물론 상류인 단양까지 구석 
구석을 누비고 다닌 한강과는 또 다른 감정으로 가슴속에 다가온다.
올림픽대교의 휘황 찬란한 새벽 야경을 바라보며 도도히 흐르는 강물
은 새삼스럽게 서울의 한강이 아름답다는 생각이든다.


우측으로 잠실 운동장이 눈에 들어오니 동이 트기시작한다.
이제 잠시후면 저곳에서도 많은 달림이들이 일전을 벌일것이다.
우리 상수씨도 달리겠지,날만 좋으면 춘천의 기록을 넘어서길 바라며
달리니 천호대교가 눈에들어온다.


사실 다리이름들을 한번 눈에 익으라 보기는 봤는데,어사무사 해서
모르겠고 옆에 달리는 분들한테 물으니 친절히 일러준다.
암사동 에서 전자 매트를 밝고 턴하여 이제 한강을 계속 내려가 구
행주대교까지 내려가는 여정이 한강의 찬바람과 어울려 시작된다.
처음 5k는 30분에 통과하고 이후 5k를 27~28분에 셋팅해서 달리나
쌀쌀한 날씨에 물은 먹고 땀은 안나니 연신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30~80k 
이제는 매 급식소마다 제공되는 음식들을 조금씩 빠트리지않고 먹으
면서 달린다. 주최측에서 정성들여 준비한 음식들은 마라톤 대회인지
시식회인지 헷갈릴 정도로 다양한 먹거리를 선보인다.


달리는 속도는 큰 변화가없고 다만 조금씩 먹는시간과 간단한 스트레칭

시간을 포함하여 28분에서 30분사이를 오가며 달려나간다.
여의도 63빌딩을 지나고 쌍둥이빌딩 그리고 국회의사당을 지나 드디어

 55k 관문 포인트에 도착해 상의를 갈아입고 전복죽 한그릇을 후다닥 비운다.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이제 다시 마음을 다져먹고 출발하니
반환점인 구 행주대교 밑에 전자매트가 설치되어있다.
이제는 귀환이다. 점점 거리는 줄어들것이고 결국은 피니시 라인을
밝을것이다.하는 마인드 컨틀롤을 하며 정신적 재무장으로 점점 무거
워져만가는 다리를 달래본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이제는 바람을 등지고 달리니 다시 땀이 흐르기
시작하고 무거운 다리의 품을 조금은 덜어주는 것이다.
60k지점에서 안양천으로 10k 를 들어갔다가 나와 다시 여의도로 올라
가기시작한다. 이제 30k밖에 안남았다.


아직까지지는 힘들은 가운데서도 달릴만하다.
여의도 못 미친지점이 탄천인지 강태공들의 천국인듯싶다. 수없이
드리워진 릴대를 보며 또한 각종묘기를 선보이는 모형비행기 와 각종
오색찬란한 연들 그리고 연인들의 인라인 스케이트의 시원한 질주,
부부가 함께하는 자전거, 그들의 편안하고 행복해 보이는 휴일의 풍경
을 뒤로하고 나의 고단한 울트라 여정은 여의도를 지나고 드디어 80k를 통과한다.


*****80~100k
80k 통과시간이 07시간 50분 이제 20k를 두시간 언저리에만 들어가면
under 10 를 여유 있게 할수있을것이란 생각에 자못 흥분이되고
새로운 힘이 솟는것 같다.


그러나 100k의 벽은 높고 험난하기만 했다. 쉽게 정복되어 품에 안길것
같던 넘은 나에게 마지막 시련을 안겨준다.
여지껏 잘 버텨주던 다리에 이상 신호가 오기시작한 것이다.
양쪽 허벅지 특히 오른쪽 허벅지가 통나무 처럼 뻣뻣허니 굳어져 더
이상 달리기가 힘들어진것이다.


82k 지점에서 진행요원의 도움으로 맛사지를 받고 천천히 출발하나
이미 한번 굳어진 다리는 좀체 풀릴 기미가 보이지를 않는다.
85k까지의 3k를 걷다 뛰다를 반복하고 85k지점에서카스테라빵을
무려 3개나먹고 동병상련의 주자한분을 만나 한참을 동반주한다.


50k 쯤부터 발에 물집이 잡혀 어렵게 달리고 있다는 대구분과 오손

도손 10 여분을 같이 걷듯이 달리나 이내 힘들어 안되겠다며 나먼저
가라고 하신다. 그러나 한참을 가도 제자리인듯싶은 착시현상 비슷한
것이 가도 가도 90k의 표지판은 보이지를 않는다.


5k를 무려38분이나 걸려서 마침내 90k에 도착, 굴러가도 5k기어가도
5k라는 그 마지막 10k만이 남은것이다.


마지막 10k...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온것일까? 나자신이 의심스럽다. 아마도
85~90k구간을 아주 천천히 걷듯이 통과한것이 근육을 회복시키고
재충전 할수있는 시간이 되었던듯 싶다.


이런것이 울트라의 묘미인가 생각하며 80k구간에서 추월하는 주자
들을 속절없이 바라보기만했던 몇명의 주자를 포함해서 10 여명이
넘는 주자를 추월하며 95k지점에 이르니 26분만에? 5k를 온것이다.
도심속 한푹의 풍경화를 보는것같은 양재천,갈대숲과 정원같은 개울
그리고 주변의 고층 아파트와 하늘을 찌르는 고층빌딩이 묘하게 어우
러진 양재천을,그러나 나는 힘겨웁게 마지막 힘을 짜내어 뛰고있다. 


다시 서너명의 주자들을 지나치지만 이제는 나역시 한계상황에 봉착
한듯싶다. 좀전의 5k를 너무 빨리달린탓도 있는것같고,그래도 이제는
다왔다 생각하니 속도는 눈에띄게 쳐져있지만 그런대로 달리는 흉내는

내고 있는듯싶은데,80k대에서 나를 추월해간 광명시의 아임러닝
유니폼의 여성주자를 추월했는데,다시 나를 추월하여 달리는 것이다.


어느 남자분의 동반주로 조력을받으며 달리는데,그 저력이 부럽고
감탄스럽기만하다. 정신을 차리고 아임러닝 여성주자를 쫏아보나
이미 나의 육체는 정신의 지배를 더이상 허용하지 않게다며 완강히
버티고 있다.   


다시 한명의 주자를 앞서 보내니 이제는 더이상 뒤에오는 주자도
보이지를 않는다. 행사장에서 울리는 징소리가 저멀리 꿈속의 다른
세계의 소리인양 가슴속에 잔잔한 여진을 울린다.


편안한 마음으로 시민의 숲을 한비퀴 돌기시작하니 곳곳에서 격려를
보내고 응원을 한다. 이추운 날씨에 뛰는 나보다 더 고생을 많이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주최측의 스텝들..


250 리의 여정을 마치려 피니쉬 라인에 들어서니 사회자가 배번호와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듯한데,그소리가 제대로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
그렇게 어쩌면 무심하게 미쳐 뭘 느낄새도 없이 나는 긴여정을 마무리
하고 말았다... 


*기록-10시간08분02초100k부분489명참가 439명완주.순위 전체-78등.


*어제 부터 짬짬이 쓰기 시작해 오늘은 마무리를 해야 되겠다.
먼저 100k 라는 거리가 갖는 무게와 위압감이 있겠지만 사실은
42k를 전력으로 달리는것보다는 되레 힘이 덜들수도 있다는 생각이이다.

 

물론 사람마다 목표로 하는 시간이나 기타 여건이 틀리게겠지만,
내 경우를 예를 든다면 애초에 계획했던 11시간대를 목표로 잡고
그렇게 레이스를 운영했다면 아마도 80k 구간의 고통없이 편안히
완주를 할수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흔히 애기하는데로 42k를 완주할수있는 주자라면 100k도 할수 있다는
이론에 나역시 동조를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60~70k정도의 연습을 두어번 정도는 할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거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랄까 그런것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을것이다. 나역시 70k 정도의 연습을 한지가 4개월이 지나고
대회에 참가했으니 장거리의 연습은 연습보다도 정신적인 측면이
강하지 않나 생각한다. 결국은 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의 발로와
그것을 실행할 본인의 의지와 정신력일 것이다.


그리고 주로에서의 먹거리이다. 10시간 이상을 달리는 대회니만큼
얼마만큼 잘 챙겨서 급식을 하는야에 따라서 레이스의 성패가 결정된다.
또한 날씨에 맞추어 자기의 달리는 속도에 맞는 경기복을 입는것이다.


이번 대회도 상당히 쌀쌀하고 한강의 바람도 많이 불었으나 한여름의
경기복으로 달린 주자들도 있었고 겨울철 복장으로 완전 무장을한 주자
들도 있었으니,자기의 체질과 체력에 알맞게 복장을 준비하고 매 급식소
마다 제공되는 음식들을 착실히 조금씩이라도 챙겨 먹는것이 중요하다.
이제 몸상태를 체크해본다.


대회가끝나고 월요일까지만해도 몸이 지금까지의 대회중 제일 무겁고
뻐근하고 계단의 오르내림이 약간은 불편할 정도였다.
그원인은 정리운동과 보온에 신경을 미쳐못쓴 탓이다.
골인후 주최측이 제공하는 기념품을 들고 사진을 찍고 하면서 추운
날씨에 몸이 굳기시작했고 보관된옷을 찾아 입었으나 가을용 추리닝의

걷옷은 이미 몸을 보호하고 보온하기에는 늦어버린 것이다.


집에 돌아와 약간의 얼음찜질을 하고 월요일 회사에 출근해서도 중식
시간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냉 찜질을 했더니 화요일 부터 풀리기 시작한
몸은 수요일인 오늘은 완전히 풀린 느낌이다.


이제 내일 부터는 가볍게 회복 조깅을 해도 괜찬을듯 싶다.
양재천의 여명을 뚫고 도도히 흐르는 한강을 따라 달린 이번 대회는
나에게 100k를 달렸다는 성취의 감동외에 많은 의미와 추억을 그리고 ,
달리기가 무엇인가에대해 생각해보고 배울수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흔히들 달리기는 달리기 일뿐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것은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하고 실전의
대회처럼 연습을 해도  연습은 연습일뿐인 것이다.
그 연습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하는 대회에서 자신이 연습에서 흘린 땀의
대가를 얻을수 있는것이다.


나는 이제 추운 이 겨울에 내년의 아이언맨을 위해 땀을 흘릴것이다.
그땀은 나에게 또 하나의 기쁨과 성취 그리고 그뒤에 찾아오는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할것이다.
사흘 밖에 안지난 지금 엊그제 한강 둔치의 주로에서 느끼던 고통은
온데간데 없고 올림픽대교의 새벽 야경과 그 밑을 유유히 흐르는 강물만이 시야에서 가물거릴 뿐이다...
 2002 11월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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