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국제아이언맨대회2005-828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한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더구나 함께하는 이들이 눈빛만 봐도 알수있고 말이 통하는 철인
동지들임에 더 말해 뭐하랴. 웃고 떠들며 먹는동안 시간은 잘도 흘러간다.
우리는 주린배를 채우러 제주에 온양 출발부터 먹어댓다. 만찬장의
음식이 떨어져도 하나남은 빵조각까지 걷어다 배속으로 밀어넣었다.
금방 밥을먹고 돌아앉아서도 또다시 식빵에 잼을얹던 아자씨는 잔차에서
날았다. 먹는대로 경기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더 무자게 먹는 아자씨가
없어서 허전하기는 했어도 경비는 쪼까 줄어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체류내내 먹었다.
2003년 만큼은 아니라도 적은 인원이 나름대로 재미있게 웃고,
떠들며 우리는 결전의 날을 기다렸다.
수영
사실 삼종에서 수영만큼 쉬운종목이 없다.
잔차도 그렇고 특히 마지막 런에서의 고통에 비하면 맛뵈기도 그런 쉬운
맛보기가 없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출반선상에 늘어선 철인들의 얼굴에는
잔차와 런에서 만나는 선하고 착한 얼굴이 아니다.
괜히 말한마디 잘못하면 주먹이 날아올것 같은 다들 그런 표정들이다.
그러나 속내는 어떠게 하면 몸싸움 덜하고 살아 나올까, 하는 여린 마음을
슈트속에 숨기느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째꺼나 뛰어 들었다. 항상 그렇듯이 적당히 앞에서..멀리 있는부표를
목표삼아 유유히 나아간다. 나같은 마발 수영은 이럴때 덕을본다.
친절한 동료들이 적당히 견제를 해준다. 야! 좌측으로 쏠려어, 똑바로 가야쥐,
벗어날 틈을 안준다.
그렇게 무리에 석여 한랩을 마치니 허걱, 37분 이란다.
이게 뭔일이여! 시상에 조류를 따라 쉭쉭 나가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어째거나 두번째는 더욱 여유를 갖고 연습 하듯이 자세를
머리속에 그려도 보며 자충이가 애기한 롤링이란것도 흉내내며 수영을 마친다.
1:16'46"
복동이누님 손계철씨 자충이헝아 모두 고맙습니다.
잔차
바꿈터에서 무려 십분을 허비했다.
얼굴과 팔,허리 전신을 꼼꼼히 단장했다.
가뜩이나 쏙들어간 볼에 주름이라도 잡히면 어쩌나 하고 말이다.
초반부터 많은수의 잔차들을 추월한다. 그러다 넘어졌다. 페트병의 뚜껑을
입으로 열려다..ㅠㅠ 길가의 나무에 꽝하기전 아주 예쁘게 풀밭에 넘어졌다.
갈가의 구경꾼이 쳐다보고 지나치는 동료들이 왜저런다냐, 또 졸았냐, 하는
눈길을 주며 지나간다.
멋쩍어 얼릉 놓친 파워런 물병을 집어 벌컥벌컥 마신다.
40k쯤에서 춘천의 희수씨가 지나고 60k에서 호준이 추월한다.
얼래 야는 왜 이자 가는겨, 이때부터 열댓명 무리에 묻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90k의 보급소까지 간다.
허리가 아프다며 연신 허리를 들어대던 호준이가 드디어 아이언맨 신고식을
치룬다. 보급소 1k정도 전이니 운도 정말없다. 펑크가 낫다며 갓길로 빠지는데,
이후 한번을 더신고식을 치루고도 좋은기록으로 들어오니 대단한 호준이다.
차세대 주자가 또한명 늘었다. 반가운 일이다.
이번대회는 여유를 갖고 경기에 임하려고 생각 했었다.
보급소에서 황도 한깡도 느긋이먹고 페트병에담긴 죽도 잔차에꼽고,
어랴! 김치가없다. 설렌다는 커피도없고 아침에 부산떨다 냉장고 에서
못챙긴 모양이다. 이거이 경기를 하자는건지 군것질 하자는 건지 당최 모르겠다.
이제 반남았다. 90k를 세시간에서 5~6분 여유를 두고 도착했으니, 온대로만가면
꿈에 그리던 여섯간인데 돈내코와 그 형제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만만치야 않겠지.
올해는 지난해보다 잔차 연습양이 훨 적은것 같은데 햇수가 더해져서 그런가
수영을 안하고 라이딩한 지나해보다 한결 힘도있고 여유가 생기는것 같다.
화진포, 삼척 영월등 장거리 라이딩을 한 덕일 것이다.
돈내코 언덕을 어렵사리 오르고 이어지는 낙타등코스의 언덕에서
만난 귀족 잔차들, 끙끙대며 오르는 그분들 옆에서 찔꺽,찔꺽 야릇한
체인 소리를 내며 슥슥 오르는 나를 그들이 바라본다.
음,등에 새겨진 클럽명이 잘보이게 허리를 곧추세우며 쉬~익 오른다.
암만, 엔진이 최고지. 튼튼한 엔진이.. 한 삼십여키로를 신나게 내려오니
마지막 지루한 구간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만난 일본의 1059 여자선수 나는 앞으로 일년간 그녀의 젓가락
같던 양팔과 상대적으로 튼튼한 하체 그리고 가녀린 모습과 더불어 1059란
번호를 기억 할것이다.
근 30여k 를 그녀와 시소게임을 벌이다 십여키로를 남기고는 기어이 그녀를
떨쳐내고 질주하니 앞에 낮익은 모습이 보인다. 회장님을 여기서 보다니,
여러 사정을 감안 하더라도 내게는 수영에 이은 또하나의 사건이다.
어째거나 이렇게 만나니 무쟈게 반갑다.
회장님은 아니겠지만, 그라요 안그라요^^. 마지막 10여키로를 회장님과
오손도손 나란히 잔차를 마치고 함께 달리러 나간다.6:18'57"
런
그렇다. 이거이 내 주종목이다. 그런데..
초반에 잘나갔다. 과감히 회장님을 버리고 말이다. 물론 안그래도 바다같은
회장님야 얼릉 가소 했을 것이다. 달리기야 여름내내 꾸준히했고 보름전의
혹서기도 가쁜하게 달리고 왔었다. 많은 주자들을 추월하며 30여키로를 잘달리고
마지막 바퀴를 위해 힘차게 내딛는데 이때부터 왼쪽 배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걸음을 멈추면 통증도 멈추고 다시 내달리면 또..ㅠㅠ
이제는 오른쪽 다리에 쥐마져 오르기 시작한다. 잔차의 후유증이 나오는듯 싶다.
하체의 모든 근육들이 반란을 일으키는듯 싶다. 방법이 없다. 한참을 걸었다.
그렇다. 명색이 아이언맨 대회인데 순풍에 돗단듯하면 재미가 없을 것이다.
힘든 고통의 인고가 있어야만, 그 약발이 대뇌속에 각인되어 다시 나를 그 환청의
세계로 이끌 것이다.
3랩을 도는 순환코스이니, 양쪽 매트를 턴하며 많은 주자들을 만난다.
설혹 한눈을 팔아도 최소한 서너번씩은 보는것 같다.
클럽식구들 지나치며 서로 힘도 전해본다. 매번 일정한 거리에서
턴하며 마주치던 싸이클에서 만난 일본의 1059 그녀가 추월을 나간다.
찐한 아쉬움을 느낀다.
12시간의 토탈 목표는 충분히 달성하겠지만, 40분 초반의 마라톤 목표는
물건너감을 느낀다. 5k를 남기니, 배의 통증도 잦아들고 쥐들도 슬며시
자취를 감추는듯 싶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기에는 늦었지만, 그나마 네시간을 넘기지 않키 위해
스퍼트를 시작한다. 이제 고통의 정점에 도달했고, 그 기나긴 시간에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 돔구장의 지붕을 바로보며 가슴의 지퍼를 올리고 나는 활짝 웃으며
붉은 양탄자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11:31'08"
마무리
오래만에 후기를 올려본다.
바쁘고 귀찬아 넘기려다 내스스로에 다짐을 하고자 긴글을 두서없이산만하게
올리니 하해같은 맴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어제 1059번의 기록을 검색
해보고 무진장 놀랐다. 싸이클에서 스치며 런에서 흘깃 바로본 그녀는 잘되야
삼십초반으로 밖에 안보였다. 그것도 많이 봐서다.
그녀의 기록은 토탈 11:23'37"이다. 1:15'22" .6:22'55" . 3:45'31".
그녀는 나와같은 그룹이다. 40~44 .
앞으로 일년간은 나카사와 요시코 그녀를 기억 하기로 한다.
29일 월요일 많은 술을 먹었다. 제주항에서 시작한 해단식이 세차례나
이어졌다. 마지막까지 남은 지환성 호준이 그리고 나, 모두들 아쉬움과
보람이 맑은 술잔속에 녹아있었다.
보람과 성취감 그리고 아쉬움을 저울에 얹어보면 아마도 수평이 될것이다.
그 기울지 않은 반쪽의 아쉬움이 앞으로 일년간 버틸 자양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05 아이언맨대회에 함께한 원주철 가족들에 감사 인사 드립니다.
회장님 훈부 호준이 모두들 수고하셨고 함께 했기에 행복 했습니다.
기록
11:31'08"
런-3:55'26" 바이크-6:18'57" (바꿈터1- 10'25" 03'03" 포함.)
수영-1:16'46" 바꿈터2-03분03초.
전체126등 40-44세-24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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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참가자중- 31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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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참가자중.
수영-83등. 싸이클-36등. 런-22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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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참가자중.
수영-444등. 싸이클-182등. 런-92등.
40-44세-198명중 24등. 한국인 8등.